지하철 문이 닫히려는데 갑자기 내 뒤에 있던 여학생이 지하철 문 너머로 지갑을 떨어뜨렸다. 그 학생은 놀래서 손을 뻗어보았지만 문이 너무 닫혀버려서 지갑을 집을 수 없었다.
그 때 문 앞에 있던 아저씨와 나는 각각 한 손씩 문을 잡아서 안쪽으로 당겨주었다. 그 덕분에 오작동이 일어나 지하철 문이 다시 열렸다. 다시 지갑을 그 학생이 집은 순간, 나는 뭔가 짜릿함을 느꼈다. 이런 느낌은 쉽게 얻을 수 없는건데 나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더 예전엔 어떤 아저씨가 술에 취하여 지하철 선로에 발을 헛디뎌 떨어졌을 때이다. 마침 또 지하철은 당역으로 가까이 오고 있을 때였는데 본능적으로 철로에 뛰어 그 아저씨에게 어디 아프시냐고, 괜찮으시냐고, 지하철이 오는 걸 보고 기겁하여 철로 바깥쪽으로 질질 끌고 왔고 같이 있던 친구는 지하철에 설치되어 있는 정지 버튼을 눌러서 벨을 울렸다.
그렇게 하여 큰일을 면할 수 있었는데 그때도 뭔가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김상경은 화려한 휴가를 촬영하면서 연기했던 오래 전 그 친구를 떠올리며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삼풍백화점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자친구를 찾아나서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던 남자친구와 함께 사람들을 구출했던 이야기까지.
무언가 '진정으로' 다른 이를 알아주고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가슴 속에서부터 찌릿한게 올라오기도 한다.
이것은 감동적인 영화나 작품을 볼 때 온몸에 전율이 감도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더 좋다거나 강도나 세다는 것은 아니다. )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주기적으로 가져야 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나는 오늘 인간으로서 유지해야 할 '인간다움'의 모르핀을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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